*오래전 글입니다. 

성적 자신감이 사회적 자신감?

비뇨기과 전공의 1년차 시절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회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입원 환자 현황표를 보고 치프 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나만 빼놓고 쑥덕쑥덕 … 윗년차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감히 끼어들 차수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왕따가 되는 기분이 들어 깨질 각오(?)를 하고 이야기에 슬쩍 끼어들었는데요.

이야기 내용은 유명한 강씨 할아버지가 입원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강씨 할아버지는 표재성 방광암 환자였습니다. 표재성 방광암은 쉽게 말해 초기 방광암으로 방광을 제거하지 않고도 내시경적 절제로 치료가 가능한 암을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암이 재발할 때 마다 내시경 수술을 받으러 입원하시는데, 할아버지가 유명한 이유는 할아버지의 페니스가 유달리 크기 때문.

선생님들의 말로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비뇨기과 환자들을 대충 보면 남자가 병이 나도 페니스가 큰 경우 부인이 고분고분하고 남편한테 잘 하는데, 페니스가 작고 신통치 않으면 부인이 남편을 같잖게 본다는 것입니다. 그 주에 강씨 할아버지의 내시경 수술에 들어가서 당연히 페니스 크기를 신경써서 봤는데, 그 크기에 대단히 놀랐고, 할아버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이름 석 자를 정확히 기억하는 몇 안 되는 환자 중의 한사람이 되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가끔 환자의 페니스 크기와 부인의 충성도를 은근히 비교해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결론은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는. 설문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눈 짐작으로 통계를 낼 수는 없는 것이지만 명확한 것은 개인의 태도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강씨 할아버지의 경우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걷고 유쾌하며, 수술 방에서 바지를 벗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아무도 그냥 보아서는 환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분이었구요. 반면 페니스가 왜소한 분들은 뭔가 스스로 자신감이 없습니다. 소심하고 행동이 다소 주눅 들어 있습니다. 비뇨기과 진료현장이라 그럴 수도.

몇년전입니다. 연초에 멀리서 내 글의 애독자라며 한 분이 내원했는데 자신의 오랜 자신감의 결여가 왜소한 성기 때문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상담해 왔습니다. 학창시절, 군대, 사회생활 모두 대인관계가 잘 안되었는데 그 모든 것이 다 조그마한 페니스 탓이라는 것. 확대수술을 할지 안할지 여부를 필자인 본인에게 결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위험한 말씀을. 부인과 상의해 보았냐 했더니 한 번도 이런 문제로 대화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내 글을 보신다니, 부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보셨는지 궁금하고 아직도 못했다면 용기를 내시길 권합니다. 혼자 고민한들 해결이 안 됩니다. 한번 보자 했더니 당시 필자는 젊은 여선생이라 죽어도 못 보여 주겠답니다. 멀리서 왔는데 보여 주셨다면. “이게 뭐가 작다는 말입니까?” 하고 통계적 근거에 의거해 용기를 드릴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 AM7에 기고했던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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