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흥’ 안 나면 구실 못해

2010년 경인년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백호해다. 황금돼지해 못지않게 좋은 해라고 한다. 12간지에 따라 매 12년마다 돌아오는 호랑이해일 텐데 도대체 어떤 해가 백호해일까. 한때 황금돼지해라고 야단법석을 떨 때가 생각나 탐탁지 않았는데, 황금돼지해의 근거는 없어도 경인년의 경(庚)이 흰색을 뜻하기 때문에 올해가 백호해라는 얘기는 타당하다고 역술가들이 말한다.  

신년 연하장에서도, 길거리 쇼핑몰의 네온사인에서도 호랑이들을 마주치다 보니 문득 수년 전 국립수목원 원장이 강의 중 언급한 수컷 성기능 장애 호랑이 백두가 생각났다. ‘식물의 성과 생식’에 관한 강의를 하다가 여담처럼 들려주던 수목원의 골칫거리 호랑이 백두 이야기에 한참을 웃었다. 

1994년 수목원이 토종 종자 확보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천지, 백두 암수 한 쌍을 기증받아 국내에서 번식을 시켜보고자 무진장 애쓸 때다. 문제는 겉보기엔 열 암놈을 거느릴 것 같은 위용의 백두가 당최 교미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천지를 만나면 서로 으르렁댈 뿐 교미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수목원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수목원 관계자들이 살펴보니 백두는 발기가 잘 안 되고 교미를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몰랐다. 온갖 비타민과 영양식품을 공급해가며 둘의 합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때로는 다른 호랑이의 교미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는데 소용이 없더란다. 결국 암컷 천지가 가임기마저 넘겨 번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자 백두에게 비아그라를 먹이기까지 했단다. 그때 필자는 “비아그라는 최음제나 정력제가 아니라서 복용 후 반드시 성적 흥분이 따라야 하는 만큼, 먹이고 가만히 둬봐야 별 일이 생길 리 없다. 호랑이 교미팀에 비뇨기과 의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말을 건넸던 기억이 난다.  

비아그라가 정력제? 발기 ‘강제약’일 뿐

비아그라는 영어론 ‘viagra’라 쓰고 ‘바이아그라’라고 읽는다. viagra는 ‘vigor(활기, 정력)’와 ‘niagara(폭포 이름)’의 합성어다. 이 약을 복용하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큰 힘을 내게 한다는 약간 과장 섞인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큰 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자이데나·야일라·M-vix 등은 모두 ‘PDE5 억제제’로 기본적인 작용기전은 같다.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잠시 복잡한 작용기전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성각성(Sexual arousal)으로 인해 일산화질소(Nitric oxide)가 분비돼야 PDE5 억제제가 작용하고 발기가 유발되는 것이다. 

사람이 성적 흥분을 느끼면 중추신경계에 신호가 간다. 예를 들면 성적 이미지에 의한 흥분은 뇌에서 처리되고 생식기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은 척수의 발기중추를 자극한다. 그렇게 되면 성적 자극을 받은 중추신경은 음경에 신호를 보내고 음경의 세포는 일산화질소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산화질소가 양을 늘려가면서 차츰 근세포에 침투해 간다. 일산화질소는 근세포에 작용해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라는 물질을 생성시키고, 그 결과 확장된 혈관에 피가 유입되어 음경이 발기하게 된다. 

발기부전인 사람들은 cGMP가 발기를 지속시킬 만큼 충분하게 생성되지 않는다. cGMP의 생성을 정지시키는 물질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바로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PDE5)’이라는 효소로 cGMP를 분해해버린다. 발기부전인 사람들은 이 효소가 많기 때문에 발기가 되기도 전에 방해를 받는 것이다. 

비아그라 같은 PDE5 억제제들은 PDE5와 결합하여 cGMP의 분해를 저지해 cGMP가 충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cGMP의 생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도 발기가 가능하게 한다. 한마디로 발기시키는 강제약 같은 것으로 정신적인 원인으로 발기부전이 되거나, 무엇인가 다른 병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대체로 상태 개선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을 먹는 것만으로 저절로 발기가 되거나 발기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발기는 성적인 욕구나 자극이 있을 때만 일어난다. 약 한 알이면 효과가 4~6시간 지속되는데, 간혹 약을 복용한 뒤 TV를 보면서 발기되길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밤을 새워봐야 발기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비아그라 침대까지 등장

2010년 신년 벽두부터 외신은 ‘올해 주목할 만한 첨단기술 제품’으로 ‘비아그라 침대시트’를 소개하고 있다. 비아그라 성분을 침대시트를 구성하는 섬유 사이에 주입해 개발했다는데, 이 침대에 누울 경우 비아그라 성분이 피부에 스며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관까지 들어가 마치 비아그라를 복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어떻게 침대시트에 주입된 비아그라 성분이 피부에 스며드는지, 어떻게 시트를 가공하고 비아그라 성분을 얼마나 주입해야 시트를 몇 년씩 사용해도 약효가 유지될지 의문이다. 이런 약물의 성공률은 혈중 최고농도에 가까울수록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약물의 권장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은데(비아그라가 혈중 최고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100mg의 경우 1시간이다), 침대시트에 누워 피부를 통해 스며든 비아그라가 과연 얼마나 혈관으로 들어가고 도대체 언제 혈중 최고농도에 도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실제 비아그라 침대시트의 실험 대상이었던 사람들은 “침대에 들어가 한동안 누워있으니 머리가 솟구치고 ‘그것’도 솟구치는 느낌이 왔다”거나 “‘그것’ 외에는 다른 일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단다. 조용히 아무 이벤트 없이 잠을 청하고 싶은 날은 침대시트를 바꾸거나 잠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사람들의 비아그라에 대한 기대치가 참 대단하다.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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