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망치고 싶으세요? 그럼 약에 의존하십시오”




필자가 2년 전‘스패니쉬 플라이(Spanish fly)’라는 최음제에 대해 의학전문잡지에 코멘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정말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들만의 약으로, 성욕 증진을 위해 최음제를 함부로 쓰면 몸을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확한 지식 없이 최음제 효과를 노리는 실천가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질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이들 약물의 판매가 성행해 식약청이 국내 13개 포털사이트와 손잡고 대대적인 단속의지를 밝힐 정도다. 문제는 이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음제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한 ‘애프러디지액(Aphrodisiac; 그리스어. 사랑의 쾌락에 속하는)’이라고도 하는데 성욕과 성적 능력을 높여주는 자극제를 뜻한다. 인간은 이성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결합의지가 있는 것이 본능인지라 굳이 최음제가 따로 필요 없어야 하거늘 어떤 이유인지 시각적, 후각적, 촉각적 감각을 통해서도 성욕이나 성적 흥분을 쉽게 느끼기 어려운 경우 최음제에 대한 강한 유혹이 생겨나게 된다. 성욕증진제로도 통하는 최음제는 성 능력을 극대화하고 성욕을 높이는데 목을 매는 남성들의 영원한 관심사다. 

사실 최음제는 언제나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는데 추천할 만한 특별한 성분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당나귀 고환가루의 장점을 주장한 몇몇 여성들을 제외하고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언제나 양귀비의 여지처럼 몸을 차갑게 식히는 진정제가 보통 처방됐으며, 그중에는 사제들에게 많이 권해졌던 수련 추출물도 있었다. 생선류도 바다고기는 남성들에게, 민물고기는 여성들에게 진정 식품으로 이용됐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들이 스스로 원하는 기대치만큼 성을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여성의 욕망은 애써 외면하면서 끊임없이 억압해온 상황과 연관돼 있다. 

이제는 여성에게 최음제를 먹여 흥분시켜 놓고 섹스 무아지경에 빠뜨리겠다는, 성적 상상을 즐기는 남성들이 등장했다. 이런 부류의 남성들은 늘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품에 안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최음제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음제는 우리가 먹는 일반 음식에도 포함돼 있어 그 종류는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캐비아, 장어, 인삼, 마늘, 양파, 베르무트(백포도주의 일종), 맨드레익(가지의 일종), 물개, 염소 생식기, 요힘빈(아프리카의 요힘베 나무껍질에서 추출한 엑기스), 아스파라거스(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백리향 등 다양한 문화권의 최음제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음 효과가 있는 수많은 식품은 생식기관을 연상시키는 형태 때문에 선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요사이 국내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보카도 열매는 고대의 아스텍인들이 ‘고환’이라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과일을 추수할 때는 젊은 처녀들을 강제로 집안에 가두었다고 할 정도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필리핀 군도의 민간 풍습에서는 바나나에 최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모양도 모양이지만 다량의 K(포타슘)라는 전해질 성분 때문이기도 하다. 샐러리, 옥수수 이삭, 대황의 경우도 그 형태가 남성의 성기와 흡사한 반면 굴 같은 것은 여성 성기와 비슷하고 실제 아연 성분이 풍부해 더할 나위 없는 자극효과가 있다. 무화과, 석류, 그리고 사랑의 사과로 불리는 토마토는 언제나 그 열매들이 상기시키는 풍요로움 때문에 최음제의 명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상징적인 힘은 다른 동물들의 고환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중해 지방에서는 황소와 양, 아프리카에서는 사자, 타이완에서는 호랑이의 고환을 수프로 만들어 먹는다. 여기에 코뿔소나 순록의 뿔,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 역시 특효약으로 소비돼 왔다. 

이들 중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이름이 붙은 스패니쉬 플라이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최음제다. 스패니쉬 플라이는 현지의 똑같은 벌레의 이름을 딴 것으로 스페인 딱정벌레 추출물인 칸다라신을 사용했지만 현재 정확한 성분은 비밀로 보호되고 있다. 스패니쉬 플라이는 거의 유일한 여성용 최음제여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품의약국(FDA)과 보건부의 승인 아래 성인용품몰에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신경계를 강하게 자극하는 스패니쉬 플라이는 일본에서도 베스트 상품으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통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의약품이나 최음제를 통해 욕망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욕망의 마술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욕망이 생리화학적 반응과 연관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진정한 최음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같은 마약류뿐이다. 

이들 약물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약을 복용한 사람들에게 육체의 고통과 피로를 덜어내고 큰 행복과 만족감을 안겨줌으로써 성 능력을 배가시켜준다. 하지만 이 약품들이 가진 치명적인 독성 때문에 이들은 오래지 않아 대단히 위험하게 변하고 만다. 



실제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최음제가 초기에는 그나마 성욕이 불타오르는 효과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상태로 되돌린다. 최음제를 먹었다는, 최음제를 먹였다는 심리적 효과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스패니쉬 플라이의 최음제로서의 효능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되지만, FDA에서도 과다 복용 시 혈변이나, 혈뇨, 배뇨통,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는 약제다. 무엇보다 이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다가는 더욱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자극에 길들여진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5월 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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