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아버지 상을 치렀다. 지난해 연말에 폐암이 발견됐는데 원발병소는 작은데도  암의 성상이 나빠 이미 뇌와 척추에 전이가 된 상태라 경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었던 일이다. 친정아버지는 원래 애연가였던지라 담배를 끊은 지 무려 10년이 넘었는데도 COPD(만성폐색성폐질환)로 감기라도 심하게 들면 숨을 못 쉬어 입원하는 것이 연중행사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담배를 연신 피우는 남편에게 이제는 담배를 좀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괜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담배가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알려진 대로 심각하다. 그것을 좁은 지면에 다 다룰 수는 없고 필자의 전공분야인 남녀의 성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언급해보고자 한다. 

담배연기 사라지듯 성기능도 ‘사르르’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그 중 40대 발기부전의 직접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고, 여성의 성흥분 장애 및 극치감 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필자의 환자 중 40대 초반의 P씨는 6개월 전부터 소화가 안 되고 밤이면 속이 쓰리고 잠이 잘 안와서 급기야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위궤양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약 4개월간 지속했다. 문제는 잠자리였다. 성욕이 없고 섹스 중간에 발기 강직도가 이전만큼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 발기부전 증상을 경험한 것이다. 위궤양은 비교적 약물치료로 잘 조절이 되기 때문에, 고민은 성욕 저하와 발기부전이었고, 이는 매사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털어놨다. 성기능에는 크게 하자가 없었지만 환자의 병력 청취를 하는 가운데 고교 졸업 후 매일 한 갑 반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라는 사실을 접했다.

그에게 가장 급선무는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영원히 발기력을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잔뜩 겁을 주었다. P씨의 또 다른 문제는 위궤양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있었는데, 이 약은 위궤양에는 효과적이지만 대사과정에서 프로락틴을 증가시켜 결국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었다. P씨는 담당 소화기내과 선생님과 상의해 복용약제를 바꾸고 금연 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성기능이 회복됐다.  

담배가 성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여성 흡연자들이 늘어 여성 성기능 장애의 원인으로 흡연이 주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34세의 나이에 한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K씨는 성욕 저하와 극치감 장애로 병원을 방문했다. 결혼 당시부터 별로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더더욱 성행위 시 좋다는 느낌이 없어 점점 남편과의 잠자리를 기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성기능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를 시행했는데, 외음부의 도플러 초음파 검사에서 성각성(시청각 자극 15분) 후 혈류 증가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감소돼 있었다. 병력조사에서 보니 임신 중에 잠깐 금연을 하기는 했지만 미혼시절부터 약 7년간 하루 반 갑 이상 담배를 피웠고 내원 당시 금연한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여성 흡연, 태아돌연사 할 수도 있어

K씨의 경우 혈류개선제의 국소도포와 골반근육운동을 병행해 많은 호전을 보았으나 이 여성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훨씬 나은 부부생활을 즐길 수 있었음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겠다. 여성의 흡연은 임산부의 흡연이 태아의 돌연사나, 구개열 기형, 저체중, 학습 장애 및 정신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정도의 경고가 주종인데, 임신과 별개로도 여성 성기능 장애나 조기폐경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40대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다 끊었거나 전혀 피우지 않은 동년배보다 발기부전 위험이 거의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고, 또한 흡연량이 많을수록 발기부전 위험은 더 높아지는 ‘용량-반응(dose-response)’이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흡연이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타나고 박사는 담배가 발기부전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개에게 담배연기를 마시게 한 후 페니스의 동맥혈 흐름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흡연 이전에 비해 흡연 이후에 페니스로 가는 혈류가 현격히 저하되는 것이 입증됐다. 흡연이 발기부전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니코틴이 혈관을 손상시켜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흡연자의 말초혈관을 보면 비흡연자에 비해 벽이 두껍고 딱딱하며 막힌 부위가 눈에 띄는데 이 같은 현상은 흡연 때 혈액 속으로 흡수된 니코틴 때문으로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류장애를 일으킴으로써 발기력을 약화시킨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등의 독성물질이 정자 생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정자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담배연기는 타르를 비롯한 4000여 종의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특히 몰로니움 등의 방사성 물질과 수백 종에 이르는 발암물질과 납, 수은, 니켈 등 30여 종의 중금속도 함유돼 있다. 여성의 경우도 정상적인 성 반응이 나타나려면 음핵과 외음부 및 질로 이동하는 혈류량이 잘 증가해야 하는데 이런 혈류의 통행에 장애가 생기니 자연히 성감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흡연은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소판 응집 및 혈액을 촉진시켜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혈행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음경은 말초혈관은 물론 음경해면체라는 스펀지와 같은 특수조직의 미세혈관이 얼기설기 모여 있어 흡연의 부작용에 더 많이 노출된다. 당장에 나빠지지 않는다고 무심히 넘기다가 성기능 장애가 생긴 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허겁지겁 담배를 끊어봐야 이미 늦은 일이 되기 쉽다. 매력적인 담배 연기 속에 당신의 건강과 정력이 녹아서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금연 결심이 좀 더 쉬워질까?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7월 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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